쓰르라미가 울었다. 여름의 끝물이었다. 내일 모레면 개학이었고, 여름과 함께 끝나가는 방학을 죽는 한이 있어도 즐겨야 하겠다는 것처럼 아이들은 골목 이곳저곳 한 무리씩 몰려다니며 어울려 놀았다. 그러나 타리크 이븐 칼리드는 그늘이 진 슈퍼 앞에 꼼짝없이 붙어 앉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움직이는 것조차 사치처럼 느껴지던 시기였다. 그의 집안 사정은 영 좋지 않았고, 그 날 아침도 변변찮게 얻어먹지 못 한 참이었다. 먹은 게 없으니 또래들 사이에 뛰어들 힘도, 하다못해 그들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닐 힘도 없었다. 그의 자리는 늘 고정되어 있었다. 그에게 그나마 그늘 자리를 허락한 슈퍼 주인 할머니 말로는, 아이들은 그를 두고 붙박이 귀신이라고도 부른다는 모양이었다. “너도 가서 어울리지 그러니. 심심하지 않..
그렇게나 자랑에 자랑을 하시니, 거 형씨가 걱정하던 것과 달리 좋은 곳에 정착했음은 알겠소. 그렇지만 동시에 변함없이 매정한 구석이 있으시구만, 그래. 이름이 없어서 0번을 자처했다고. 그럼 아무도 모르고들 가는 거요? 당신이 무엇이고, 이름은 뭐고, 무슨 죄를 어떻게 지었고, 그런 것들. 약은 건 여전합니다, …… 씨. 유세프 씨는 변함이 없네. 여기는 꿈속이고, 당신의 꿈은 내가 통제하고 있으니까. 이상하네. 그렇지만 내 마음대로 당신이 사라지진 않아. 그야 타인이 일러주고 나서야 비로소 자각한 건 자각몽이라 할 수 없으니까. 왜 그런 걸 그들이 알아야 해? 몰라야 할 건 또 뭐요. 남의 일이라고 굉장히 쉽게 말하는구나. 거 다 댁 좋으라고 하는 충고요. 그래,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 토끼 양반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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