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테디-R의 통화 기록 놀랍네. 연락을 먼저 해올 줄은 몰랐어, 테디 군. 몇 년 만이지? 4년 만인가? 음, 오래도 됐다. 메시지에 답장 정도는 해줄 수 있는 세월이었잖아. 매정하네. 이만한 사안을 결정하는 데에 4년이면 그다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생각해. 답장이 없기에 매번 제안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알았는데. 망설이고 있었다니 의외네. 정말 예상도 못 했어? 설마. 가벼운 농담이야. 한동안 뉴스에도 나오지 않기에 고민하고 있구나, 하는 짐작은 했어. 그게 4년이나 걸릴 줄 몰랐을 뿐이지. 그만큼 어려웠어. 가족을 배신한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야. 아버지는 쉽게 배신했잖아. 최소한 심적으로는. 심적으로는 가족이었던 적이 없는 사람이니까 그렇지. 하지만 겉으론 아버지조차 배신해본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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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의 비극은 숲이 좁았다는 데에서 출발했을지도 몰라. 숲에 통하는 모든 상식은 선생님으로부터 비롯했겠지. 혹은 선생님이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만났던 숱한 이방인들에게서 비롯했을지도 모르겠어. 나는 태어난 지 이제 고작 스물 한 해가 되었고, 천 년을 약속받고 몇 백 년을 산다는 게 도대체 어떤 감각인지 감이 안 잡혀. 내가 선생님의 무엇인들 이해하겠어. 이 숲이 움직이는 원리를 백 년 만에 모두 파악했다는 건 어떤 느낌이었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아는 것’을 숙명으로 안고 태어난 선생님이, 이곳이 고작 한 사람의 꿈속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박탈감은 어느 정도였을까? 저 바깥에 선생님이 더 알아야 할 미지가 많다는 걸 알았을 때의 기분은? 파악한 사실을 책으로 적고 숲에 통하는 상식과 지식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