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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드] 새장의 숲

Mirror All 모나 2017. 9. 17. 11:52

 

 제법 머리가 좋은 제자가 하나 있었다. 하이에나로 반드시 시신을 섭취해야 하는 골치 아픈 체질을 타고난 아이였기 때문에 스스로 동포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사는 아이였다. 그렇다고 하여 그가 동포를 사랑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모든 동물은 지상동물로 나뉘어 동포를 사랑하게 구성되었다. 그 또한 다만 동포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거리를 조금 두었을뿐이었다. 다시 기재하지만 그는 반드시 누군가의 죽은 시신을 섭취해야 살았고, 지상동물은 여전히 새에게 우위를 점하고 있지 못 하다. 전쟁 중임에도 적의 시신은 많이 확보가 되지 못 하는 상황에서, 그는 동포의 시신은 섭취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따라서 아이는 버틸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굶었고 무슨 수를 써서든 가 아닌 동물을 섭취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아이라는 호칭은 너무 광범위 하니, 이하 J라 표기하도록 하자. J가 처음 나를 찾은 이유는 문자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는 나와 주어진 소명이 달랐으므로 근본적으로 지식을 추구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다만 체질이 그러하기 때문에 타개책을 필요로 했다. 그는 동포들을 위해 그리고 그 자신의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갈 방법을 찾고 싶어 했고 그 정답이 나의 도서관, 그 수많은 책 속에 있으리라 여겼다. 그리고 그것을 탐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문자라는 수단이 필요했다.

 

 J는 총명한 편이었으므로 가르치는 것은 수월했다. 그는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글을 뗐고, 올 수 있는 한 자주 도서관을 드나들며 책을 완독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특히 역사학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떤 동물이든지 관계없이 밖으로 빠져나간 사례를 찾고 싶다고 했다. 그러한 사례들을 모아 분석하면, 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론이 잡힐 것 같다며. 나는 그의 그러한 기대에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았다. 그는 태어난 지 그쯤에서야 20년을 넘긴 어린 개체였다. 천 년을 약속받은 나의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바로 어제 태어난 이와 다를 바 없었고 때문에 한계가 있으리라 낮잡았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나는 역사학에 관한 한 전문가의 수준에 이른 J의 앞에서 구태여 아는 것을 늘어놓으며 강론을 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 또한 점차 내게 기대어 질문을 하고 진실을 탐구하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는 내가 없어도 웬만한 텍스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러한 경지에 이른 학생에게 선생은 부가적인 존재에 불과했다. 우리의 관계는 세월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생과 제자보다는 연구자 동지에 가깝게 변했다. 그는 지상동물의 영역을 남몰래 빠져나와 도서관에 앉아 쌓아두고 책을 읽고, 나는 도서관을 관리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 두 가지 일은 한 공간 안에서 평행선을 그리듯이 병행되었고 서로 간섭하는 일은 점차 줄었다. 그러다 어느 날, 그가 나를 불렀다. 나는 그의 곁에서 사다리를 이용하여 비어있는 칸에 새로 들어온 문학 서적을 알파벳순으로 정렬하고 있던 참이었다.

 

 “의 모든 역사는 선생님이 관여했지. 선생님이 가장 오래 살았으니까.”

 “그것이 무언가 문제라도.”

 “다른 역사학자들이 쓴 책에서조차도 최대 사료는 선생님의 구술 증언이야. 역사의 첫 페이지는 선생님과 에바의 약속이 등장해. 선생님은 유일신 에바께서 최초로 창조하신 동물이고 선생님은 이 넓은 숲에서 홀로 살아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새와 지상동물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고 모든 논문에서 말하고 있어. 신은 그 때 선생님을 가엾게 생각했기 때문에 선생님과 한 달에 하루, 그들을 내려주겠다고 약속하셨고. 그리하여 태어난 것이 최초의 새와 최초의 지상동물. 그런 거지?”

 

 J는 그러한 기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하는 단계를 지난 지 오래였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J는 읽던 책을 덮고 스스로 읽느라 쌓아둔 서적에 턱을 올린 채 나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나는 시선을 태연하게 거두며 그렇다고 짧게만 대답했다. 그 다음, J의 입에서 떨어진 말은 화살과도 같이 나의 온 신경을 관통했다.

 

 “거짓말.”

 

 H로 시작하는 제목의 희곡 책을 꽂던 나의 손길은 그의 한 마디 말에 꿰뚫려 뚝 멈추고야 말았다. 나는 그를 다시 한 번 내려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그리 물으니 J는 웃었다. 선생님에게 동포는 없으니까. 그는 그러한 이유를 짚었다.

 

 “선생님이 집필한 철학 중에 동일성에 관한 책이 있었어. 그 책에서 선생님 본인이 그렇게 썼잖아. 어떠한 생명체든 지적 능력이 발달한 생명체라면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타 개체의 모습에서 안정을 얻는다.300년 전의 선생님이 정말 쓸쓸했고 에바께서 그것을 참작하여 새와 지상동물을 낳기 시작하신 것이 역사적 사실이라면 그 이후 태어난 것이 드래곤이 아닌 이었던 건 말이 안 돼. 선생님이 그들을 요구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아.”

 “어찌하여 그러합니까. 제게 주어진 소명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알아내라는 것이었으니 저와 같은 존재에는 더 관심이 없었던 것뿐입니다.”

 “백 보 양보해서 에바께서 새의 형태를 하고 계시니 새가 무엇인지는 알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상동물은 어떻게 알고 요구했어? 당시 숲엔 그런 동물 따윈 존재하지 않았을 텐데. 우리는 역사적으로 바깥에서 최초의 이방인이 유입되기 전까지 인간이 무엇인지 몰랐어. 존재하지 않는 건 알 수가 없는 법이야. 따라서 선생님도 분명 지상동물이 무엇인지 몰랐을 거고 모르는 것을 신께 요구할 수 없었을 거야. 따라서 선생님의 구술 증언을 최대의 사료로 삼아 집필된 의 역사는 전부 거짓말이야.”

 

 그 때 J는 자신이 턱을 올려두었던 책의 표지를 들춰 하얀 페이지를 손끝으로 빠르게 넘겼다. 문장을 읽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이려는 것 같았다.

 

 “지난 전쟁에서 소수의 지상동물이 숲의 중앙까지 진입했어. 결국 패전했으니 성과는 없었지만, 그 중에 내가 있었지.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유일신 에바가 계신 새장을 봤어. 선생님 말대로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새였어. 나는 그렇게 기괴하게 생긴 동물은 태어나 처음 봤고 그가 우리를 낳았다는 사실이 더 할 나위 없을 만큼 무섭게 느껴졌어. 그야 그렇잖아. 그건 언어를 구사하지 못 해. 그 새가 우리를 지배하는 신이며 유일한 모체이며 우리에게 이름을 내리고 숙명을 내리는 존재라는 사실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어. 더불어 의문이 들었지. 선생님은 그 옛날에 저 말도 통하지 않는 짐승과 무슨 수로 소통을 했지? 선생님은 이 숲에서 가장 강한 존재지만 독심술 같은 건 쓸 수 없다고 했고, 쓸 수 있는 것 같은 기미를 보인 적도 없는데. 따라서 유일신조차도 거짓말이야.”

 

 J는 책을 텁텁한 소리까지 내가며 보란 듯이 덮었다. 그는 쌓아둔 책에 체중을 기대어 천천히 일어났다. 그가 두 다리로 온전히 서도 사다리 위에 있던 나와는 시선이 맞지 않았다. 나는 내려다보고 그는 올려다보았다. 침묵은 오래 갔다. 한참 만에 먼저 입을 연 것은 J였다.

 

 “선생님이 하지 않은 거짓말은 뭐야?”

 

 나는 그저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그것이 어찌하여 중요합니까. 내가 세상을 속였다고 한들 세상에 무슨 해악이 간다고.”

 “의 중앙에 갇혀있는 유일신 에바는 눈속임이야. 우리에게 소명을 내리고 이 전쟁을 유지하기 원하는 신은 어딘가에 따로 숨어있을 거야. 그 존재를 부정하기는 어려워. 우리는 번식으로 태어나지 않고 이 세계는 그것 외에도 비과학적이야. 선생님이 집필한 수많은 과학적 법칙으로는 설명이 안 돼. 누군가의 신적인 힘이 관여하고 있기는 하겠지. 선생님은 이 숲에서 최초로 태어난 동물이니 그를 모를 리 없고, 그를 의도적으로 은닉하고 있어. 왜 그러는 지까지는 모르겠어. 선생님처럼 고지식한 사람이 왜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을 했는지. 하지만 그것까지는 내 알 바는 아니니까. 선생님은 그 누구의 동포도 아니고, 우리에게 다정할 의무가 없으니 그랬다고만 생각할게. 그러니 가르쳐줘. 여길 창조한 신은 어디에 있어?”

 “이 세계를 창조한 진정한신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아서 무엇 하시려고.”

 “신이라면 알겠지. 에서 나가는 방법. 난 그게 필요해, 선생님. 선생님도 알겠지만.”

 “J, 이 늙은이는 그대에게 지속적으로 경고를 한 것으로 압니다.”

 

 이것은 내가 제자를 겁박한 유일한 기억이자 나의 근본적인 문제가 간파당한 최초의 기록이다.

 

 “그대는 내가 가르친 아이 중에 최초의 동물들을 빼자면 가장 똑똑합니다. 그러나 깨달은 것을 말할 때에는 최소한의 눈치라는 것을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 그대가 누구를 추궁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명백히 새겨두십시오. 나는 이 숲의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그런 내가 그 같은 곤란한 질문에 답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까. 내가 무슨 거짓말을 하고, 어떻게 침묵해도 는 내게 손끝 하나 대지 못 할 텐데.”

 

 그러나 그것이 내가 J를 미워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는 J마저 연민했고, 그런 식으로 대화를 망가뜨린 것은 어디까지나 그를 위함이었다.

 

 이토록 총명한 제자에게 그 어떤 선생이라도 그가 배운 세계가 거짓이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그가 현실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시달려온 그 모든 상황이 누군가의 꿈속 세상에 불과하다고. 이곳은 우리가 이라 정의내린 어린아이가 잠이 들면서 빠져든 꿈속이며, 우리는 그의 무의식이 창조한 존재에 불과하며, 그 어린아이가 잠이 든 채로 사망한 바람에 찰나의 꿈은 영원한 것으로 박제되었다. 우리는 그의 상상력, 그가 믿고 싶어 하는 거짓을 토대로 만들어진 상상의 산물에 불과하다.

 

 그러니 J, 부질없는 것을 꿈꾸지는 말자. 그 어린아이의 죽어버린 무의식은 물론 너의 지적대로 이 세계 어딘가에 숨어있다. 그를 죽이는 것은 도박이다. 어쩌면 꿈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꿈을 꾸는 주체가 사라지면 우리의 존재 자체가 소멸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차마 그러한 도박을 가르칠 수는 없었다. 제자에게 무거운 고민을 내맡기는 스승만큼 못 미더운 존재는 없다. 더불어 그러한 풀기 어려운 문제는 천 년을 사는 내가 할 일이지 고작 몇 백 년 간신히 살다 갈 제자가 할 일은 아니라 여겼다. 이는 사랑이 아닌 어디까지나 연민이다. 나보다 나약하게 태어나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하여 번민하는 존재에 대한 도리 없는 가엾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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