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자기야, 신세대에는 천 가지가 넘는 스펙트럼이 존재해요. 분류도 다양해. 연구자들은 각지를 돌아다니며 신세대의 실태를 조사하고 비슷한 능력끼리 그룹으로 묶어 사전을 업데이트해요. 아, 자기 살아있을 때도 나와 있었나? 어플리케이션. 음, 자기 죽은 지 얼마나 됐지. 겉보기로는 영 알 수가 없네요. 그야, 미나의 능력은 출중하니까. 윌헬미나 머레이, 알아요? 아서 홈우드의 그러니까, 이를 테면 누이 같은 사람. 물건 복원 능력자예요. 망가진 물건의 설계도만 잘 알고 있으면 원래대로 복원이 가능하죠. 그래요. 자기는 지금 「물건」으로 인식된답니다. 참 우스운 일이죠? 우리의 이능력은 시신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아요. 어찌 보면 타당하죠. 신진대사가 멈춘 고깃덩이를 사람으로 인식했다면, 어떤 신세대는 맘 편히 정육점에 가지도 못 했을 테니까. 아. 각설하고. 자기에게 이런 얘기 하러 온 거 아니에요. 무슨 얘길 하러 왔냐면, 푸념. 내 이름은 헤라르트 아퀼라 반 헬싱이고, 내 할아버지의 이름은 에이브러햄 반 헬싱이라고 하는데 할아버지를 찾고 있거든요. 왜냐면, 어, 음. 할아버지가 나를 키웠으니까. 분명 같은 핏줄일 텐데 우습게도 나나 할아버지를 어떻게 해서든 세계정부에 팔아먹으려 했던 아버지와는 다른 사람이었고, 뭐, 그런 거예요. 동병상련. 이해해요? 자기는 화령대 출신이라죠. 경찰학부, 총학생회장이랬나? 우리 할아버지가 당신을 기억해요. 수어드 박사가 자기 얘기를 어지간히 많이 했나봐. 학창시절에. 수어드 자기랑 서로 고향 친구죠? 음, 이렇게 말하는 거 자기가 좋아할까. 모르겠네. 뭐, 고인 눈치 볼 게 있겠어요. 죽은 지 낮잡아도 10년은 됐을 자기인데.
에버렛 렌필드. 크롬웰 가의 마지막 핏줄. 다시없을 독심술사. 자기가 살아있었다면 난 좀 더 유리했을 거예요. 그렇잖아요? 난 지금부터 어울리지도 않게 사람들의 심중을 파헤치고 다녀야 해요.
막말로 내 할아버지를 훔쳐간 게 필하모니인지 아스트라이아인지 세계정부인지 알 게 뭐겠어요. 전부 읽고 싶어. 내 앞에서 그 누구도, 그 무엇 하나 숨기지 못 하도록. 그리하여 내 하나뿐인 가족의 실마리가 이 손에 잡히도록.
내 이능력도 당신을 사람으로 인식하진 않아. 아쉬운 일이야. 독심술 조각 하나 얻어 볼 수 있을까 싶어서 그 낮은 확률에 목숨 걸고 왔지만, 뭐. 결국 지금의 당신은 사하르 아델하이트의 인형일 뿐 그가 깨우지 않으면 눈을 뜨는 것조차 혼자 못 하지.
가엾고 쓸모없는 자기야, 이 새벽 나와 어울려줘서 고마워요. 무서운 미나가 오기 전에 갈게. 그 집안과 연루되어 있는 사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화나면 가련하고 나는 그런 것에 약해. 물론 그냥 하는 말이에요, 알죠?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약] 해시태그가 만든 사약 (0) | 2017.12.19 |
---|---|
[35] - (0) | 2017.11.21 |
[제임스] 실수. (0) | 2017.09.28 |
[웨이드] Cage Braker (0) | 2017.09.19 |
[웨이드] 새장의 숲 (0) | 2017.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