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석양과 함께 늘어지는 저녁의 소리는 무엇이든 싫었다. 하교를 위해 학교 정문을 벗어나면 으레 들려오는 또래 아이들의 뜀박질 소리. 집에 들렀다가 어디 놀이터 앞에서 보자, 그런 파릇파릇한 약속들. 제 아이를 발견하자마자 행복감이 묻어나는 음색으로 아이를 부르는 보호자들. 여름방학이 시작할 무렵이면 정문 앞에 꼭 값싼 아이스크림을 팔러 오던 노점상인의 목소리. 매미 소리. 멀리서 뻗어오는 바람소리, 파랗게 거리를 메운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바스락거리는 소리. 보도 곁을 지나가는 자전거 벨소리. 골목에 접어들면 줄어드는 발소리. 커져가는 심장소리. 근교 공원을 가로지르면 공원 한 가운데에 솟아있는 원형 시계, 정각을 알리는 멜로디. 도시에 사는 새들이 일제히 날아가는 소리. 나보다 조금 더 어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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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프라이팬을 꺼내려다 그만 오래된 접시를 깼다. 다행히 거실이 이미 소란스러웠기 때문에 아무도 내가 사고를 친 것을 눈치 채지 못 한 것 같았다. 그 틈을 타 나는 잽싸게 그 접시 조각을 잘 모아 검은 비닐봉투에 담은 후 마치 우리 방에서 나온 일반적인 쓰레기인 것처럼 현관 밖에 내놓았다. 부엌으로 돌아와 다시 프라이팬을 꺼내고 선반에서 누구의 것인지 모를 팝콘 옥수수 한 봉지를 그 프라이팬에다 튀겼다. 팝콘은 소리도 없이 튀겨졌다. 지금 내가 불쑥 목소리를 내어 호그와트의 교가를 불러댄다고 해도 남들이 보기엔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대는 것처럼이나 보일 것이다. 다 튀겨진 팝콘을 가장 큰 그릇에 쏟아 담고 거실로 통하는 통로로 들어섰다. 다행히 물건이 날아다니는 시점은 지난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